사지마비된 개, 척추 수술에서 심장사상충이 나왔다
웨스턴동물의료센터 홍연정 원장, 경추 경막외 심장사상충증 증례보고로 FAVA 2024 학술발표대상
등록 2024.11.11 13:57:3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사지마비로 내원한 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촬영한 MRI, 5번 경추의 척주관의 외측에서 무언가 보였다. CT까지 찍었지만
영상만으로는 명확히 알아낼 수 없었다.
어떤 구조물인지 정확히 모른 채 시도한 제거수술에서 확인된 것은 17cm 크기의 개심장사상충(Dirofilaria immitis)이었다.
웨스턴동물의료센터 홍연정 원장(사진)은 지난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태평양수
의사회 총회(FAVA 2024)에서 ‘개의 경추 척수경막외 심장사상충으로 인한 사지마비 및 경추 골절 치료사례’를 발표했다.
이번 총회에서 진행된 구두발표 중 최우수발표로 선정돼 27일 폐회식에서 ‘학술발표대상’을 수상했다.
8년령 중성화 수컷 말티즈인 해당 환자는 한 달여간 진행된 진행성 사지마비로 웨스턴동물의료센터에 내원했다. 환자는
1년전 동물보호소에서 구조됐는데, 당시 심각한 굶주림과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다.
사지마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촬영한 MRI에서 5번 경추의 척주관 외측에 구조물이 관찰됐다. 하지만 추간판탈출(IVDD)이
라고 보기엔 구조물의 위치나 모양이 달랐다. CT도 촬영했지만 해당 구조물을 종양으로 진단할만한 특징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렇게 구조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채 수술적 제거를 시도했다. 5-6번 경추의 배쪽슬롯(ventral slot)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추간판탈출 부위에서는 압박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수술팀이 약간 더 외측으로 접근하던 중 척주관 외측 경막외 부위에서 하얀색의 길쭉한, 살아 있는 기생충이 발견됐다. 조심
스럽게 제거해 척수에 가해지는 압박을 완화했다. 빼낸 기생충의 길이는 17cm에 달했다.
해당 기생충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개심장사상충 성충으로 확인됐다.
척수를 압박하던 개심장사상충이 사라지자 환자는 점차 회복돼 스스로 서 있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술 후 4주째, 이번에는 해당 5번 경추에 척추골절이 발생했다. 척추가 여러 조각으로 깨지는 압박골절이었다.
진료진은 4-6번 경추를 벌려 압박골절 부위의 압박을 완화한 후 척추체를 플레이트로 고정시켰다. 환자는 수술 후 1년에
걸쳐 회복해 현재는 정상 보행으로 돌아왔다. 심장사상충 감염도 치료해 정상 체중을 회복했다.
홍연정 원장은 “개심장사상충이 경추로 침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경추 척주관에 감염된 심장사상충의 MRI·CT
특징과 수술적 제거, 복합증을 치료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홍 원장팀은 이번 증례의 수의영상의학적 특징을 지난 7월 국제학술지 ‘Veterinary Radiology & Ultrasound’에 보고하기도
했다(Computed tomographic and magnetic resonance imaging features of canine cervical epidural dirofilariasis).
이번 증례발표로 FAVA 2024 학술발표대상을 수상한 홍 원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의사들이 모여 학술을 발표하는
멋진 자리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연구해 좋은 논문들을 계속 발표하라는 의미로 알
고 더욱 정진하겠다”고 밝혔다.